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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해양생물학

불가사리

by 캡틴J 2022. 8. 3.

 

불가사리는 극피동물문 불가사리강에 속하는 해양무척추동물들을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불가사리라는 이름의 어원은 몸을 잘라내어도 다시 재생되기 때문에 죽일 수 없다는 뜻의 불가살이(不可殺伊)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화석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불가사리의 대략 5억년 전의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입니다.
불가사리는 성게, 해삼과 같이 극피동물문에 속합니다. 생김새나 행동 양식만 놓고 보면 불가사리는 인간과 굉장히 먼 관계로 보이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때 불가사리보다는 오징어나 문어와 같은 두족류들이 비교적 인간과 훨씬 더 가까워 보이나, 절지동물과 연체동물이 인간과 아예 다른 선구동물 계보에 속하는 것과 달리 불가사리는 인간과 같은 후구동물 계보에 속합니다. 즉 유전적으로 인간은 두족류보다 불가사리와 유연관계가 더 가깝습니다.

불가사리는 채반이라고 불리는 중앙판에 팔이라고 불리는 방사상의 돌출물이 붙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불가사리는 팔이 다섯 개지만, 그보다 많거나 적게 가진 것들도 있고, 어떤 것은 같은 종인데도 서로 다른 수의 팔을 갖고 있습니다. 불가사리의 입은 아랫면에, 항문은 윗면에 있거나 없습니다.

살아있는 불가사리의 종은 약 1,800종 정도입니다. 불가사리는 모든 해양에서 발견되며, 북태평양에 사는 불가사리들이 가장 종류가 다양하고, 대한민국의 해안에도 분포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은 별불가사리, 아무르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가 있는데, 그 외에도 팔손이불가사리나 애기불가사리, 갓걸이(단풍 불가사리), 아펠불가사리, 일본불가사리, 도우손햇님불가사리, 문어다리불가사리, 가시불가사리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종도 있는데, 해수 어항 포인트로 사육하는 레드 불가사리나 샌드 불가사리, 블루링키아가 있으며, 산호를 잡아먹고 사는 가시왕관불가사리(악마 불가사리)나 초코칩 불가사리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불가사리는 움직이지 않는 조개 종류를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해서 자기 내장을 밀어 넣고 먹이를 소화 시킵니다.

연체동물, 갑각류, 다모류, 다른 극피동물들과는 다르게 대부분이 작은 어류까지 먹는 비 선택적 육식동물입니다. 일부 종들은 먹는 먹이가 특별하여 거미불가사리나 성게류만을 먹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바깥에서 녹여 먹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째로 삼킵니다. 다 소화한 후에는 소화가 불가능한 골편과 가시들을 토해냅니다. 또 다른 일부는 다른 불가사리를 공격하고, 자기보다 작을 때에는 먹이의 팔 중 하나를 공격하여 먹기 시작합니다.
일부 불가사리류는 연체동물을 먹기도 하며 불가사리 속은 홍합과 굴을 노리는 주요 포식자입니다. 이들이 조개를 공격할 때 보통 팔로 조개껍데기를 비틀어 연 뒤 입을 벌려 분문위를 꺼내고 조개껍데기 틈으로 위액을 흘려 넣어 외부에서 소화한 다음 흡수합니다. 팔의 힘으로 먹이를 잡아당겨 삼십 분 동안 씨름하면, 조개의 견인근에 힘이 다 빠져나가면서 패각이 열리며 잡아먹습니다.
불가사리는 현존하는 생물 중에서도 추위에 특히나 강한 생물입니다.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버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극, 남극의 심해에 가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얕은 바다는 물론, 생물이 거의 없을 정도의 심해인 해구에서도, 심지어 오염에도 저항력이 엄청나 오염된 바다의 바닥을 보면 불가사리나 성게만이 가득한 경우도 많습니다. 바꿔 말하면 불가사리마저 없는 바다는 그 무엇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된 바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번식력도, 생명력도 강하지만 정작 인간들에게는 골칫거리 중 하나입니다. 불가사리의 먹성이 좋기 때문에 조개 등을 양식하는 어민들 입장에서는 해충이나 다름없으면서 별 쓸모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불가사리인 거미불가사리, 별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아무르불가사리의 4개 종 중에서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는 아무르불가사리 한 종뿐입니다. 별불가사리는 움직임이 둔한데다 다리가 짧고 두꺼워 조개를 잘 잡아먹지 못합니다. 이들은 해저에 가라앉은 각종 동물의 사체 혹은 유기물을 먹어 치우고 양식장에 큰 피해를 주는 아무르불가사리를 잡아먹기도 합니다. 빨강불가사리와 거미불가사리의 경우 애초부터 조개에는 손도 대지 않으며 오직 유기물만을 먹고 살기 때문에 아무르불가사리를 제외한 나머지 3종은 오히려 유익한 종입니다. 즉 불가사리가 해롭다며 닥치는 대로 막 잡아 올려 말려 죽이는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불가사리잡이를 한창 할 때는 주로 여름입니다. 이때 별불가사리가 많이 잡히는데, 정작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아무르불가사리들은 깊은 심해로 들어가 여름잠을 잡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 사실을 알고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철에 불가사리 구제작업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가장 막심한 손해를 끼치는 종은 불가사리 중 해바라기 불가사리 다음으로 가장 큰 가시왕관불가사리입니다. 산호나 다른 불가사리를 포함한 산호초의 작은 동물들을 먹이로 삼아 산호초 일대를 초토화합니다.

불가사리의 생김새 때문에 대부분의 언어권에서는 불가사리를 별에 비유합니다. 영어의 Starfish 혹은 Sea Star나 터키어의 Deniz yıldız(바다 별). 하지만 그렇다고 꼭 팔이 5개는 아니고 종에 따라 20개 이상 돋은 것도 있고 심지어는 엄청나게 많이 돋아있어 '삼천발이'라는 이름의 불가사리도 있습니다. 발밑에 있는 관족 옆에 움직이는 가시가 있습니다. 또 각 보대구의 중앙에는 하나의 큰 반사신경이 있는데, 표면 매우 가까이에 있으며 아주 얇은 표피로만 덮여있습니다. 신경 아래에는 확장된 체강과 수관계의 방사관이 있습니다.

불가사리가 이동 시에는 팔 밑에 있는 관족을 이용합니다. 관족은 '보대'라고 하는 띠 구조에서 각 팔의 구부를 따라 입까지 연달아 나 있습니다. 보대구는 각 보대의 중앙을 따라 나 있으며 여러 열의 관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측관은 각각 한 방향으로만 열리는 판막을 가지며, 각 팔에 있는 보대구의 측면을 따라서 방사관을 원통형의 관족에 연결합니다. 각 관족은 속이 빈 근육성 관이며 그 안쪽 끝은 체강 속에 있는 근육성 낭 또는 병낭이고 외곽 끝은 보통 흡반이 있습니다. 흡반은 보대구 내의 골편들 사이를 통해 밖으로 나와 있고, 측관 속 판막들은 액체가 방사관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각 팔의 끝에는 안점이라는 눈이 있는데, 시력이 발달하지 못해 달팽이와 같이 명암을 판별하는 수준입니다.
불가사리는 심장이 없으며 혈관은 통로를 둘러싸는 한 겹의 조직 가닥으로 구성되며 다른 체강 구획인 위혈관 통로 속에 들어있습니다. 불가사리는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아 기능이 불분명합니다. 체액의 순환에는 쓰이지 않으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소화된 영양소를 배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불가사리는 식용으로 삼기에는 확실히 부적합하다. 건강에 좋은지는 둘째치고 일단 맛이 상당히 역겹고, 단단한 외피와 복잡한 구조 탓에 손질도 어려워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그나마 대중적으로 식용하는 나라는 중국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거리에서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맛이 좋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맛있게 된 것을 구하려면 작은 크기의 불가사리를 갓 튀겨낸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에서도 간혹 먹는 경우가 있지만, 음식으로서의 평가는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그동안 인간의 식량 생산에 주는 피해는 많은 데 비해 별로 쓸모는 없는 생물로 여겨졌지만, 퇴비로써 사용할 수 있습니다. 쌀겨, 왕겨, 톱밥, 낙엽 등과 섞어 발효시켜 퇴비를 만들거나, 물, 당밀, 미생물 등과 섞어 발효시켜 액비를 만들어 씁니다. 불가사리 비료는 농산물 성장에 꽤 좋다고 합니다. 퇴비 용도 이외에도 다른 용도를 찾기 위한 시도가 거듭되고 있습니다. 불가사리의 체내에 포함된 콜라젠 성분을 추출해서 화장품 원료로 활용한다거나 불가사리 성분을 가축 사료에 섞어 써서 가축을 건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불가사리가 해양 미생물과의 접촉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새로운 항균 물질을 발견하는 등, 이제까지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저 별로 쓸모없는 생물에 불과했던 불가사리를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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